2018년 1월 21일 작성
(전략)
내가 지금 오마이걸 덕후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단 오마이걸, 오마이걸 노래 부르고 다닌지 일주일도 안된다.
게다가 이번 활동 타이틀곡인 '비밀정원'은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다.
나는 발라드나 고전적인 멜로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듣기엔 '비밀정원'이 그런 노래 중 하나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음원도 입덕 전에는 다운받지 않았으며 오마이걸 무대 영상을 찾아본 것도 정말 우연에 가깝다.
평소라면 보지도 않았겠지만, '요즘 그렇게 흥한다던데 걸그룹 잡덕으로서 한 번 쯤 봐줘야 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봤다.
근데 그 한 번 우연히 마주한 무대가 너무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웠다.
(근데 뭔 영상이었는지 기억은 안 난다. '빛나고 아름다웠던 것이 있었다' 같은 한 가닥의 기억만 남아있다.)
사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오마이걸 춤 동선이 예뻐요,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은 정말 많이 봤는데 한 번도 클릭하지 않았다. 나는 멍청하기 그지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무대를 하는 그룹의 진가를 데뷔 3~4년 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되다니!
내가 이 그룹 멤버들의 역량에 조금 더 놀란 것은 세로라이브였다.
멤버들 음색도 너무 이쁜데, 실력도 정말 좋아서 한마디로 놀랐다. 특히 승희씨 목소리 같은 목소리에 제가 환장을 합니다..한마디로 취향 저격을 당했다. 그렇게 난 몇날 며칠을 할 일도 미루고 승희씨가 노래하는 영상만 찾아보았다.
아이돌이 트로트도 잘 소화하는 건 반칙 아닌가여ㅋㅋㅋ
난 잡덕 출신이고 '탈아이돌'이란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돌은 노래를 못하고 무능력할 거란 생각을 은연 중에 깔고 가는 거니까.
노래 잘하는 아이돌도 많고, 노래 및 라이브에 문제 많은 비아이돌 가수도 많다.
하지만 승희씨를 보면 왠지 모르겠는데 내가 싫어하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칭찬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노래 정말 잘 부르시네요. 어딘가 도깨비한테서 훔쳐온 노래주머니를 숨기고 계신 거 같은 분이다.
그렇게 승희씨 영상을 여럿 챙겨보던 와중 내 눈에 확 들어온 멤버가 또 한 사람 있었다.
근데 이 그룹에 '유아'라는 멤버가 있다. 잡덕 시절에 오마이걸 사진 꽤 많이 보았다. 그 중 유아씨에 대해선 내가 유달리 선명히 기억한다.
이름이 특이하고 얼굴도 독특하게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 예쁘다는 말씀 많이 들을 거 같은데 제 취향은 아니네요,'라는 생각을 당시 했기 때문일 거다.
근데 유아씨에겐 중요한 한 가지가 있었다. '갭모에.' 나는 '갭모에'에 환장한다.
이건 2D 덕후분들이 잘 알고 걸그룹 덕후분들은 잘 모를 것 같은 단언데, 그냥 '의외성'으로 대충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나는 걸그룹 잡덕 시절 내 멋대로 유아씨를 '냉하고 몸이 약할 것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지냈는데 전혀 냉하지 않았으며 운동도 잘 하는 분이었다.
옛날에 덕질했던 돌들을 보면 난 예능이랑 운동 잘하는 걸그룹 멤버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못하는 걸 바라보며 대리만족하는 느낌인 거 같은데, 어쨌든.
그리고 난 노래 듣는 것 만큼 댄스 영상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춤도 잘 춰서 덕질할 거리가 많아보였다!
멤버 하나하나 알아갈 때마다 이렇게 덕심이 차오르는데, 이러다 정말 인생 최초로 올팬될지도.
최초로 올팬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느낀 건 사실 지금이 처음은 아니다.
어제는 미뤄왔던 오마이걸 뮤직비디오를 쭉 감상했는데, 다른 뮤직비디오도 너무 아름답고 고퀄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비밀정원 뮤비였다.
오마이걸 뽕이 차네요! 멤버들은 가사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트위터에서 어떤 친절한 분이 알려주고 지나가셨다.)
뮤직비디오도 안 봤는데, 그 인터뷰 영상이나 기사를 제가 챙겨봤을리가 없는 나로선 우리만의 비밀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뮤비를 보고 나는 멤버들과 처음으로 우리만의 것을 공유하고 정서적인 충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멋진 것을 목격한 것과는 좀 다른 기분이었다.
옴걸이들의 비밀정원은 객관적으로 볼 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알기 때문에 비밀정원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저는 그것이 우리들만의 비밀정원이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소중해서 뻔하게 헛다리 짚는 것 알면서도 그 감정을 간직하려 합니다.
아직 리얼리티나 예능, 인터뷰는 제대로 보지도 않았으니 이게 정확히 입덕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나는 굉장히 열심히 오마이걸 라디오 라이브 영상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으며 이것이 굉장히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 후로 비밀정원을 뇌에 새길 듯이 들었고.. 개인의 가능성과 자아찾기에 좀 더 가까운 가사 내용이라고 인식이 바뀌었다.
하지만 저 때 저리 아전인수격으로 생각한 건 웃겨서 걍 지우지 않고 남겨둠.
그리고 제목에서부터 입덕했다고 인정했는데 본문에서는 왜 입덕인지 모르겠다고 자꾸 써놨는지 모르겠다. 미쳐 돌아간 건 여름부터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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