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도에 입덕하면서 한 일 중 하나는 오마이걸의 연차를 세보는 것이었습니다.
재계약까지 대충 4년 좀 넘었고, 설마 그 때까지 덕질하겠냐 싶었는데... 예... 진짜 그렇게 됐네요.
오마이걸을 덕질하기 전에, 아이돌이 아닌 다른 직군에 종사하던 사람을 정말 가열차게 덕질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전 아이돌이 아닌 사람의 팬이 된 건 처음이었고, 어떤 마음으로 팬 활동을 해야 하는지 몰라 정말 혼란스러웠어요.
그런고로 열애설부터 결혼까지 덕후 입장에선 불행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행복한 갖가지 상황을 가정하며
멘탈단련이라는 이름의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참고로 그 분, 2022년 4월 기준으로 열애설도 아직 안 났고 결혼 발표도 아직 안 했습니다.
말이 조금 다른 길로 새긴 했는데, 어쨌든 덕질에도 관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오마이걸에게 처음 입덕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좀 생각했었고요.
그리고 전 당시 7인 재계약 불발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해뒀어요.
오늘 그때 세운 계획에 따라 팬카페에 '탈퇴해도 듀얼코어로 오마이걸과 님을 함께 덕질하겠습니다.'를 점잖게 풀어 썼고요,
이제는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실상 늘 해오던 일이니 노력이니 어쩌니 하기도 거창하죠.
하지만... 저는... 제 멘탈이 나갈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퀸덤 때 입덕한 것도 아니고, 던댄 입덕도 아닌데 4년 넘게 즐길 거 다 즐기지 않았나 싶었거든요? 그리고 지호 앞으로도 쭉 볼 거 잖아요.
6명은 6명대로, 지호는 지호. 각자의 자리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고... 이직이 이렇게 활발한 사회에서 지호만 이직 못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친구가 이직을 하면 축하주를 사지 바짓가랑이 잡고 울지는 않잖아요. 근데 왜 난 울고 싶죠?
아, 이 슬픔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예요.
잠깐 팬들의 가슴이 아프더라도, 저는 사랑하는 최애들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자기 갈 길을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그게 팬과 가수 양쪽에게 더 나은 길입니다.
하지만 덕후들도 인간인지라 이런 변방에 슬프다고 토로해야 좀 속도 낫고, 현생도 다시 즐겁게 살 수 있어요.
지호는 끝까지 오마이걸로서 미라클에게 최선을 다해줬습니다.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끝맺음을 잘하는 건 너무나도 어렵고, 야무지게 잘해준 지호에게 고맙습니다. 의연하게 곁에서 함께해준 다른 멤버들도 당연히 고맙고요.
하지만 팬미팅에 대한 기억이 재구성되면서 더욱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함께했던 마지막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순간,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한 그 친구가 더 좋아져서 마구 질척이고 싶어요.
솔직한 심정으론 바짓가랑이 붙잡고 그룹에 좀 더 있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죠.
그러나 4년 조금 넘게 조용히 지켜본 바에 따르면 (이건 오마이걸 멤버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지호는 저보다 더 야무지고 현명하므로...
저는 오늘만 울고 내일부터는 다시 지호와 멤버들을 믿고 신뢰의 덕질을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오마이걸과 함께했던 길에는 후회 한 점 없었고, 앞으로도 그 친구들이 제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리란 건 자명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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