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돌 인더스트리는 어디로 가는가

20년의 케이팝 이야기

2020년 5월 20일, 9월 22일에 작성한 글.

 

 

이 글을 쓴 이유는 BAZOOKA! 때문이다.

 

 

1. 공원소녀 - BAZOOKA!

 

 

공원소녀는 'I believe'를 작곡한 것으로 유명한 작곡가 김형석이 프로듀싱했던 걸그룹이다.

사실 젊은 층이라면 김형석 작곡가를 작곡보다는 복면가왕에서 보여줬던 소탈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도 그렇고.

김형석 작곡가에 대해 길게 얘기했지만, 그 분은 19년에 회사를 떠나서 공원소녀의 최근 앨범과는 별 상관이 없을 듯.

나도 잘 모르겠다. 다른 그룹 덕후가 키위미디어 산하 레이블 사정을 제대로 아는 것도 웃기는 일임.

 

앨범 프로듀싱은 이런 저런 내부 사정에도 불구하고 다행히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곡 스타일 또한 일관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계속 꾸준히 변화구를 주면서도 높은 퀄리티의 곡을 내주고 있다.

특히 이번 BAZOOKA!는 2020년 상반기 걸그룹 타이틀곡 중에서도 눈에 띄는 편이다. 정확히는 너무나 개인 취향임ㅋㅋㅋㅋㅋ

 

타이틀만 좋은 것이 아니라 앨범 자체의 퀄리티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사이드트랙은 꼭 한 번 들어 보세요.

 

여담인데,

 

이 분 스타일링 뭔가 정형화된 케이팝 걸그룹 스타일링이 아니라 굉장히 좋았다. 메이크업이 큰 역할을 한 듯.

예명은 '앤'이라고 한다.

 

 

2. 에이프릴 - LALALILALA

 

 

에이프릴이 최근 낸 신곡 'LALALILALA'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봄의 나라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에이프릴의 좋은 성적을 응원했던 저도 매우 기쁩니다ㅎㅎ

 

에이프릴의 떡상은 굉장히 특이한 루트로 진행된 듯 보이나 사실 예전부터 있었던 정석적인 루트를 통해 진행됐다.

예전부터 아이돌들은 종종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리얼리티 쇼나 케이블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곤 했다.  2PM의 와일드버니 같은 것들.

그것이 케이블이 아닌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인지도를 높여 최근에는 멤버 이나은이 우리 부모님도 종종 보시는 공중파 TV 예능 맛남의 광장에도 자주 나오고 있음.

 

DSP가 00년대 말 이후로 감이 떨어졌네 어쩌네 하지만 그래도 전통있는 아이돌 기획사라 에이프릴과 KARD의 타이틀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3. 오마이걸 - 살짝 설렜어

 

 

덕질용 글은 아니라 그냥 여기 이어서 씀.

곡은 몇년째 질리도록 나오는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인데, 대중적인 장르라 무난하게 듣기 좋다.

개인적으로는 윈디데이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취향에 맞는 곡.

내가 부르면 귀곡산장 느낌이 날 것 같은...가성을 쓰는 고음 후렴구는 여전하다.

 

지금까지 오마이걸 커리어 중에서 제일 좋은 성적을 냈다. 발매한 지 얼마 안됐는데 이건 확정임... 멜론 1위라니 이건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름 퀸덤 이후 반응이 좋아서 음원사이트 5~6위 정도 하겠구나 예측했는데, 예상보다 덕후들이 더 많이 붙음.

내가 차마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재계약 하자고 말을 못했는데 이제 재계약 하자고 징징댈 수 있어서 너무 기쁨ㅜㅜ

퀸덤 진짜 심심하면 욕했는데 우매한 덕후가 반성해야 하는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걸그룹 멤버들께 감사하는 것이 답일 것이다.

 

내가 팬덤을 떠나 현생을 수습하는 동안 팬덤 분위기도 많이 바뀐 것 같다.

분명히 작년까지만 해도 코어한 팬들의 대부분은 나랑 비슷하게 성인지 감수성 쪽으로는 망한 덕후들이었을텐데??? 이건 좋다 나쁘다 할 일은 아니고...

대신 울마이걸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대외적으로는 중립기어 쎄게 붙잡고 있어주면 좋겠다.

숙소에 페미니즘 서적 쌓아두고 읽든 인터넷 남초 사이트에서 댓글로 페미니스트 욕하든 내 알 바는 아님.

다만 불행히도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연예인들이 정치적이거나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것을 좋게 보지 않아서

의견을 조금만 밝혀도 욕을 산더미처럼 먹거나 활동이 뜸해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봄.

 

뭐 알아서 잘하겠죠. 이것도 괜한 걱정임.

 

여담으로 내가 어느 순간부터 WM에 딜 박는 걸 포기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마이걸 좋자고 하는 욕을 오마이걸이 난감한 표정으로 수습하며 팬들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모습을 보기 너무 싫어서였음.

그렇다고 WM이 조금이라도 변하는가...? 이 회사는 왠지 모르게 고집이 세다....매우.....

 

 

4. ICU- CUPID

 

 

쁘띠프랑스마을에서 오렌지 캬라멜을 연상시키는 노래를 부르는 걸그룹.

뭐에 홀렸는지는 모르겠는데 노래까지 다운받았다...

 

쓸데없는 소리를 덧붙이자면 오캬의 성공은 당시 걸그룹이 10대만 공략하는 것이 아닌,

전 세대를 대상으로 세일즈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2세대에 대한 평가가 이런 저런 의미에서 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기인함.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면서 한국 대중보다는 해외 시장까지 신경쓰게 되었는데

덕분에 중장년층이 다시 아이돌에서 멀어진 느낌이 없잖아 있다. (예능 판도가 바뀐 영향도 있다.)

 

 

5. 희나피아 - DRIP

 

 

플레디스는 진짜 나빴다.

프리스틴은 푸시만 잘 받으면 뜰 것이라고 누구나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걸그룹이지만 곡도 주지 않고 계속 휴식기를 가지다 공중분해 되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플레디스의 취업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다.

 

희나피아는 그런 프리스틴 멤버 일부가 회사를 나가서 새로 시작한 걸그룹이다. 뮤비랑 곡이 상당히 퀄리티가 높아서 잡덕들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6. 밴디트 - Dumb

 

 

이름 처음 듣고 아니 걸그룹 이름이 이래도 되나 싶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소속사가 열심이구나 싶은 게 청하 타이틀 퀄리티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밴디트에게 좋은 곡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약간 아쉬운 것은 오히려 스타일링 부분인데, 코디가 청하랑 컨셉이 미묘하게 겹치는 느낌임. 스타일링만 살짝 달랐으면 더 좋았을텐데 싶음.

 

 

7. 아이즈원 - FIESTA

 

 

프듀가 끝난 후에도 덕후들을 긁어모으고 있는 아이즈원.

아이즈원은 라비앙로즈와 비올레타의 성공으로 그룹만의 색깔을 확립해서 프로듀스48과의 아이즈원의 연계점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크다.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타이틀을 보면, 프로그램에서 흥한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프듀 서사를 가사로 써먹곤 했었다.

근데 아이즈원의 음악색이나 안무, 컨셉은 프로듀스 48과의 연계성이 상당히 낮은 편임.

팬들도 프로그램이 끝난 후 활동 보고 입덕한 케이스가 많아보이고.

 

사실 피에스타 얘기보다는 '기분 좋은 안녕'이라는 일본 앨범 수록곡에 대해 얘기하려고 영상 가져옴.

그 노래는 유튜브에 공식 영상이 없는 것 같아서 안 가져왔고...

특이하게 한국어 번역과 일본어 가사가 많이 다름. 일본어 가사가 영 한국감성은 아니라서 많이 수정했나 싶음.

 

근데 난...어......그 시궁창스럽고 비합리적인 감성이 좋다.

한국어 가사는 건강한 20대의 첫 연애같은 느낌이고 일본어 가사는 너무 사랑해서 원망도 못하는 호구가 썰푸는 느낌인데

원래 사랑이란 비이성과 비합리의 영역 아닙니까 그래서 후자가 좋음(???)

 

 

8. 러블리즈 - Obliviate



 

퀸덤 문라이트 느낌의 신곡. 

퀸덤 후에 러블리즈 활동을 목 빠져라 기다렸는데, 별 이유는 아니고 신곡활동을 하면 벱솔 직캠이 더 나올 것이기 떄문이다.

대충 러블리즈 멤버들이 벱솔 귀여워한다는 건 알고있었는데,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갔거든요?
근데 퀸덤에서 직캠보고 납득함 벱솔님 춤출 때 너무너무너무 귀여움. 진짜 귀여움.


9. 여자친구 - Apple



 

교차로 뮤비만 볼 땐 뭐지 이랬는데 apple까지 이어서 보니 교차로 정말 잘만든 거구나 싶고

여친 노래 중에서 제일 좋아한다.

선악과는 대중가요 씬에서 가장 많이 응용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만든 걸 보면 많이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싶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아이유, 태연, 핫펠트 등 걸그룹 출신 여솔들이 좋은 음악을 많이 내줘서 더욱 풍요로웠기도 했다.